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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어휘 산책] 일상의 흐름에서 벗어난 일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 일상의 일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 事故(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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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앤파트너스
댓글 0건 조회 294회 작성일 22-08-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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事(사)는 이전 글에 설명했듯이 인간의 활동 중에 목적을 가지고 진행하거나 가치를 만들어내는 활동을 의미하는 글자이다. 사람들의 일상은 이런 事[일]의 연속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씻고 밥을 먹고 직장으로 가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고 집으로 돌아와 쉬기도 하고 가사·취미 활동이나 개인적인 일을 하며 살아간다. 이런 활동은 일상의 연속 또는 예정되거나 계획된 일들이다. 그런데 우리의 삶에서는 이런 일들 이외에 예정에 없던 일을 해야 할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런 예정에 없던 일이 생기면 기존에 예정되어 있거나 계획하고 있던 일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차를 몰고 가다 앞차를 추돌하여 차를 망가뜨렸을 때에는 뒷 처리를 해야 하고 지각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뒷 처리나 지각 이유를 설명하는 일 등 예정에 없던 일 때문에 일상의 일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事故(사고)라고 한다.


 事故(사고)는 ‘事’와 ‘故’의 결합으로 이루진 단어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사고’ 항목을 보면 세 가지의 풀이가 있다. 1)‘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 2)‘사람에게 해를 입혔거나 말썽을 일으킨 나쁜 짓’ 3)‘어떤 일이 일어난 까닭’이다. ‘事’는 인간의 활동 중에 목적을 가지고 진행하거나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 전체를 의미하는 글자이다. 그 속에는 긍정적인 영향의 활동도 있고 부정적인 영향의 활동도 있다. 풀이 1)의 ‘일’이나 2)의 ‘짓’은 부정적인 영향의 활동에 해당되고 3)의 ‘일’은 긍정적, 부정적 영향의 활동 모두에 해당된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사고’에 대한 세 가지 풀이는 事故(사고)의 원래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故자를 통해 事故(사고)의 원래 의미를 탐색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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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자의 갑골문에서의 형태는 ‘오래되다’를 뜻하는 古(고)와 손에 막대기를 들고 있는 모양의 攴(복)이 결합되어 있다. 古가 ‘오래되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하지만 갑골문의 자형에서 그 의미를 유추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故도 갑골문의 형태에서 그 의미를 알아내려는 시도는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古는 ‘옛날’ 또는 ‘예전’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고 故는 ‘옛일’, ‘어떤 일의 원인이나 이유’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옛일’, ‘어떤 일의 원인이나 이유’ 두 의미를 포괄하는 故자의 원래 의미는 무엇일까?


 갑골문의 형태에서 故자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도출하는 것이 어렵다면 고대 문헌 속의 故자의 용례를 통해 그 의미를 탐색해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춘추시대에 故자에 특히 주목한 학파가 있다. 묵자(墨子)를 대표로 하는 묵가(墨家)이다. 묵가가 故자에 주목한 이유는 그들의 활동과 관련이 있다. 묵가는 자신들의 주장이 옳고 다른 학파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논증으로 보여주려 하였다.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설득하여 동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논증의 기준이 필요했다. 그들은 논증에 사용되는 중요한 용어들의 의미를 정의하여 용어 사용에서의 혼란을 피하려 하였고 그 결과물을 〈經〉이라는 글로 정리하였다. 글의 제목인 經자는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따르는 기준’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 〈經〉의 첫 항목이 故이다. 故는 논증 또는 논리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개념이다. 전제에서 결론을 도출하는 연결 고리를 담당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經〉에서는 故를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확보되어야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편 전국시대 유가를 대표하는 맹자(孟子)는 故를 천문 관측과 관련하여 말하고 있다. 그는 故를 “별과 별자리들의 지나온 자취”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또 허신의 《설문해자》에서도 故자의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는 구절이 있다. 《설문해자》에서는 故를 “어떤 일을 하도록 시키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세 문헌의 故의 의미는 1)“어떤 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확보되어야 하는 것”, 2)“지나온 자취”, 3)“어떤 일을 하도록 시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출근길에 차를 몰고 가다 앞차를 추돌하여 차를 망가뜨린 경우를 가져와 위의 세 용례에 적용하면 事故(사고)의 원래 의미를 알 수 있다. 1) 지각 이유를 설명하는 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자동차 추돌이 있어야 한다. 2) 지각 이유를 설명하는 일 이전의 나의 행적은 자동차 추돌을 일으킨 것이다. 3) 지각 이유를 설명하는 일을 하도록 시킨 것은 자동차 추돌이다. 여기서 ‘지각 이유를 설명하는 일’은 事에 해당되고 ‘자동차 추돌’은 故에 해당된다. 이를 일반화시키면 事故(사고)의 의미는 ‘일상의 흐름에서 벗어난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일상의 일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다. 



★문헌의 故자 용례


“故(고):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확보되어야 하는 것[故: 所得而後成也]” 《묵자(墨子)》 〈경(經)〉“


”하늘은 높고 별과 별자리들은 멀리 있다. 별과 별자리들의 지나온 자취를 찾아본다면 천 년의 동지나 하지를 앉아서도 알 수 있다[天之高也 星辰之遠也 苟求其故 千歲之日至 可坐而致也]” 《맹자(孟子)》 〈이루하(離婁下)〉 


“故(고): 어떤 것을 하도록 시키는 것[故: 使爲之]” 《설문해자(說文解字)》


★관련 용례: 大故, 有故, 無故, 故意, 事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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