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연구소
게시판

게시판

[한자 어휘 산책] '어질다'로 번역되는 賢(현)자의 의미 (2)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원앤파트너스
댓글 0건 조회 404회 작성일 22-05-24 16:42

본문

賢자가 원래는 ‘일을 잘하는 신하또는 ‘역할 수행을 잘하는 관리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이전 글에서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마음이 너그럽고 착하며 슬기롭고 덕이 높는 의미의 ‘어질다’라는 국어사전의 賢자에 대한 풀이는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

 

이는 賢이라는 평가 용어가 적용되는 신분인 신하의 직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신하[제후, 공, 경, 대부]의 역할 중에 가장 큰 부분은 군주[천자, 왕]의 명령이나 지시를 실행해 옮기는 것이다. 명령이나 지시를 실행해 옮기기 위해서는 주어진 명령의 목적과 목표에 대한 명확한 이해, 최적의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계획의 수립, 적절한 인력을 배치할 수 있는 사람을 판단하는 안목, 윗사람이나 동료들과의 갈등의 조율, 부하나 실무자들에 대한 능숙한 통솔과 적절한 지시, 사업의 진행에 대한 관리와 감독 등의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이런 능력은 육체적 노동력이나 제작 기술이 필요한 사람인 노력자(勞力者)가 아니라 계획, 통솔, 지시, 조율, 관리, 감독 능력이 필요한 사람인 노심자(勞心者)가 갖추어야 하는 것들이다. 賢자의 국어사전의 풀이인어질다에는 이런 노심자 즉 신하 또는 관리의 직무 능력과 관련된 의미들이 녹아들어가 있다.

 

‘마음이 너그럽고 착하며 슬기롭고 덕이 높다’는 ‘어질다’의 의미 구성 요소들은 ‘너그럽다’, ‘착하다’, ‘슬기롭다’, ‘덕이 높다’로 나누어진다. 이들 각각의 국어사전에서의 풀이는 다음과 같다.

 

1) ‘너그럽다’: ‘마음이 넓고 아량이 있다’

2) ‘착하다’: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

3) ‘슬기롭다’: ‘사리를 바르게 판단하고 일을 잘 처리해 내는 재능이 있다’

4) ‘덕이 높다’: ‘적ㆍ윤리적 이상을 실현해 나가는 인격적 능력이 탁월하다’ 또는 공정하고 남을 넓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을 남달리 갖고 있고 이를 행동으로 옮겨서 사람들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 

 

이 가운데 1) ‘너그럽다는 자신의 지휘를 받는 실무자나 하급자를 대하는 심성(心性)과 관련된 덕목이고 2) ‘착하다는 군주나 상급자 또는 동료를 대하는 태도나 심성과 관련된 덕목이다. 3) ‘슬기롭다는 계획하고 판단하고 관리하여 효율적으로 최적의 결과를 이끌어 내는 측면과 관련된 덕목이고 4) ‘덕이 높다는 도덕적 인격을 바탕으로 하는 활동에서 나오는 감화력으로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지시에 따르게 하고 구성원 사이의 갈등을 원활하게 조율하는 능력과 관련된 덕목이다이렇게 보면 의 우리말 풀이 어질다는 군주의 명령을 잘 수행하는 자질이나 능력을 갖춘 신하에게 부여하는 평가 용어의 원래 의미를 그대로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래는 한자문화권 고대 사회의 신분 질서 아래에서 신하[제후, 공, 경, 대부]에게만 적용되었던 평가 용어인 賢은 사회 구조와 제도의 변화에 따라 엄격했던 신분 질서가 점차 느슨해지고 인(人)이 ‘사람’을 의미하는 보편 개념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 적용 범위의 폭이 넓어졌고 그 결과오늘날 우리는 한자 용어인 과 이에 대한 풀이말인 어질다를 계층과 계급의 구분에 구애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는 보편 평가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Total 23건 1 페이지
인문학 연구소 자료실 목록
번호 제목 조회 날짜
공지 279 2023-03-07
공지 317 2022-12-15
공지 259 2022-11-22
20 31 2024-03-20
19 37 2024-02-27
18 57 2024-01-15
17 52 2024-01-15
16 64 2023-12-18
15 124 2023-09-15
14 170 2023-07-17
13 180 2023-05-15
12 327 2023-02-13
11 300 2022-11-15
10 309 2022-11-11
9 301 2022-10-20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