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어휘 산책]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켜야 하는 것’을 의미라는 글자: 常(상) -日常(일상), 常道(상도), 五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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常(상)은 ‘떳떳하다’ 또는 ‘일정하다’, ‘변함없다’를 의미하는 글자이다. 평상(平常)이나 일상(日常), 정상(正常) 등의 단어에 사용되며 ‘정상적인 상태나 질서’를 의미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일상(日常)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로, 평상(平常)은 ‘특별한 일이 없는 보통의 때’로, 또 정상(正常)은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로 풀이되고 있다. 이들 단어에서 常(상)은 ‘반복되는’, ‘특별함이 없는 보통’, ‘변동이나 탈이 없는’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常자의 초기 글자 모양의 분석을 통해 평상(平常)이나 일상(日常), 정상(正常) 등의 풀이가 常자의 본래의 의미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
常자는 소전(小篆)에 처음 보인다. 글자 형태는 尙(상)과 巾(건)의 결합이다. 尙은 금문(金文)에도 보이는 글자이며 向과 八의 결합이다. 向은 창문이 있는 집의 모양이고 여기에 八자가 더해진 尙은 집 위로 무언가가 올려져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尙의 본래 의미는 ‘더하다’ 또는 ‘높이다’, ‘높다’이다. 巾은 휘장이나 천막, 의복처럼 직물이나 피륙으로 둘러싸서 지키거나 보호라는 것을 의미한다.
常(상)자가 왜 ‘일정하다’ 또는 ‘변함없다’의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설문해자》에 따르면 常은 치마를 뜻하는 裳(상)과 같은 글자로 점차 치마라는 뜻으로는 裳자만 사용되었다는 설명이 있고 일설에 의하면 집에서는 평소에 늘 치마를 입었기 때문에 常이 ‘일정하다’나 ‘변함없다’의 뜻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는 설명이 있다. 그러나 이 설명들에는 이 글자의 중요 구성 요소인 尙의 ‘더하다’ 또는 ‘높다’의 의미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비슷한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 堂(당)이 높게 조정된 기단이나 집터로 ‘높다’ 또는 ‘높이다’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고대 한자 문화권에서는 사람이 항상 행해야 하는 5가지 덕목(德目)이 있었다. 항상 행해야 할 다섯 가지 덕목이라는 의미에서 이를 오상[五常: 인(仁)ㆍ의(義)ㆍ예(禮)ㆍ지(智)ㆍ신(信)]이라고 한다. 집은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한 사람이 일상생활 하나하나에서 지켜나가야 할 덕목을 따를 때 그 사람은 완성된 인격에 이를 수 있고 집단에서 제대로 된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덕목은 상황이 허락할 때에도 따라야 하지만 상황이 어려울 때도 지켜야 하는 높은 가치를 지닌 덕목이다. 이렇게 보면 常(상)의 구성요소 중 尙은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집에서 행해야 할 높은 가치를 지닌 것’이며 巾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 할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常(상)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일정하게 지켜야 하는 높은 가치를 지닌 것’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글자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