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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어휘 산책] 인간의 외부의 대상에 대한 느낌과 그 느낌에 대한 대응을 의미하는 두 글자: ‘性(성)’과 ‘情(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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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앤파트너스
댓글 0건 조회 347회 작성일 24-01-15 16:57

본문

어떤 사람의 성품이나 자질을 말할 때 성정(性情)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성정이 온화하거나 거칠다.”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성정의 풀이는 성질(性質)과 심정(心情). 또는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는 본성(本性)’이다. 이 풀이 속의 성질(性質)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사람이나 동물이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마음의 바탕으로, 심정(心情)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으로 풀이되고 있다. 성질(性質), 심정(心情), 본성(本性) 등은 모두 한자어 단어들이다. 이를 배제하고 성정(性情)을 풀이하면 1)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는 마음의 바탕’, 2)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두 부분이 한자 ()()의 원래 의미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검토해보자.

 

()() 두 글자는 모두 소전(小篆)에 처음 보인다. 두 글자 모두 [마음]을 구성 요소로 갖고 있고 ()[나다, 살다], ()[푸르다, 싱싱하다]를 나머지 구성 요소로 하고 있다. 갑골문에 처음 보이는 의 형태는 심장이나 생식기의 모양으로, 느끼고 그 느낌에 대해 반응을 만들어내는 인체의 기관이다. 인체 기관이었던 은 이후에 감정을 담당하는 기관인 마음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게 된다. 갑골문에 처음 보이는 의 글자 형태는 땅 위로 싹이 돋아나는 식물의 모양이고 금문(金文)에 처음 보이는 의 글자 형태는 [우물] 위에 자가 있는 모양이다. 은 글자의 모양 그대로 식물이 처음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을 의미하고, 은 식물이 우물의 수분을 받아 자라나 형태를 갖추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자의 많은 글자들이 식물에서 그 모티브를 가져와서 만들어 졌는데, 이 두 글자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을 구성 요소로 한다는 점에서 두 글자는 느끼고 그 느낌에 대해 반응을 만드는 것과 관련되는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통적인 한자문화권의 사유에서는 세상의 모든 존재들[萬物]은 하늘[]과 땅[]이 만들어 낸 것들이다. 땅은 존재의 질료[]과 형태[], 하늘은 존재의 형상[]과 시작에서 마침에 이르는 길[]를 부여한다. 하늘과 땅이 부여한 것은 그 존재들이 그러해야만 하는또는 따라야만 하는일종의 명령[]이다. 은 하늘과 땅이 부여하는 명령을 수용하는 기관이다. 동시에 은 부여받은 명령에 따라 존재 개체의 몸뚱이를 움직이는 명령의 주체가 된다. 의 결합인 은 사람이 태어나면서 하늘과 땅으로부터 부여받은 에 내재된 명령[]을 의미한다. 그 명령의 내용은 느끼고 그 느낌에 대한 반응을 만들어 내라는 것이다. 심에 내재된 이 명령은 외부의 대상이 눈, , , , 피부 등의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와 심에 자극을 주었을 때에만 작동한다. 이 명령이 작동하여 만들어진 느낌과 반응의 기본적인 형태는 바람[]과 꺼림[]이다. 바람과 꺼림은 점차 분화되어 기쁨[], 화냄[], 아낌[], 즐거움[], 슬픔[], 싫어함[], 바람[]이 만들어진다. 만들어진 반응은 몸짓과 표정, 언어를 통해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 의 결합인 은 이렇게 마음속에 만들어진 반응이나 반응이 밖으로 드러나게 된 것을 의미한다. 바람[]이라는 감정이 만들어지면 소유하거나 지속하려는 생각이나 의지를 만들고 싫어함[]이라는 감정이 만들어지면 벗어나거나 없애려는 생각이나 의지를 만들어 몸뚱이를 그에 맞게 움직이게 만든다.

 

이렇게 보면 표준국어대사전의 성정(性情)에 대한 풀이 중에 1)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는 마음의 바탕()에 대한 풀이에 해당되고 2)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에 대한 풀이로 보이지만 두 글자의 의미를 제대로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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