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휘산책] ‘방법’이나 ‘길’의 의미를 가지 두 글자 -術(술), 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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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이나 ‘길’의 의미를 가지 두 글자 -術(술), 數(수)
‘술수(術數)’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어떤 일을 꾸미는 꾀나 방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 풀이에 따르면 이 단어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나 길’을 의미하는 가치중립적인 단어이다.
그러나 이 단어의 용례를 보면 대부분 부정적인 어감을 가진 채 사용되고 있다. 그 예는 “그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별의별 술수를 다 썼다.”, “그는 술수를 부릴 줄 모르는 우직한 사람이다.”, “그는 적의 간교한 술수에 넘어갔다.” 등이 있다. 이들 용례에서 보면 ‘술수’는 어떤 목적에 도달하는 방법이나 길을 의미하기는 하지만 정당하지 않거나 올바르지 않은 수단을 사용하거나 그런 과정을 거친다는 부정적인 어감을 가진 단어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술수(術數)는 술(術)과 수(數)라는 두 한자어의 결합이다. 술(術)과 수(數) 두 한자어의 원래 의미와 두 글자의 의미상의 유사성과 차이를 살펴보고 단어 ‘술수(術數)’가 부정적인 어감을 갖게 된 이유를 찾아보고자 한다.
術(술)자의 갑골문에서의 글자 모양은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 글자의 좌우를 이루는 行 부분이 추가된 형태는 소전(小篆)에서 보이고 해서(楷書) 단계에 와서야 지금 사용되는 글자의 모양이 되었다. 갑골문의 ‘’ 부분은 ‘手[손]’을 뜻하고 아래의 두 획은 ‘떨어져 나감’ 또는 ‘떼어냄’을 나타낸 것으로 ‘손으로 알곡의 껍질을 벗겨내는 동작’이나 ‘손으로 곡식의 열매를 떼어내는 동작’을 의미하는 글자이다. 금문의 모양에서는 손으로 열매나 알곡을 쥐고 있는 모양을 표현하여 알곡의 획득이라는 목적 달성의 의미를 좀 더 분명히 나타내고 있다. 소전(小篆)에서 추가된 行(행) 부분은 사람이 걸어가는 길을 의미하는 글자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곳에 이르는 길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가 이 글자에 담겨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따라서 이를 종합하면 術(술)자는 알곡을 얻는 것과 같은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나 길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나 길은 학습이나 훈련을 통해 알 수 있고 획득할 수 있다. 즉 이 글자의 의미는 ‘학습이나 훈련을 통해 획득될 수 있는 방법이나 길’이다.
數(수)자는 소전(小篆)에 처음으로 보인다. 婁(누)는 겹쳐진 물건을 사람이 받치고 있는 모양이고 攵(복)은 막대기를 들고 있는 손 모양이다. 나뭇가지를 손에 들고 하나씩 쌓는 것은 셈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셈은 물건의 수나 거리를 계산하는 영역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셈의 수단이 되는 수(數)는 천지만물의 관계와 그것들의 움직임의 규칙을 담고 있다. 따라서 셈은 만물의 운행의 과정과 결과를 파악하는 길이며 방법이다.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어졌던 천체의 움직임은 각도와 거리, 속도 같은 수로 나타낼 수 있고 이 수는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또 천지만물의 관계를 수로 풀어낸 하도·낙서나 주역의 수리(數理)는 사람과 국가의 운명마저도 예측할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