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휘산책] ‘道(도)’와 ‘德(덕)’에서 ‘道德(도덕)’으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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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도)와 道德(도덕)
‘도덕’, ‘바른 생활’, ‘윤리’는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목 이름으로 사용되는 용어이다. 이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를 배우는 과목의 이름이다. 교과목 명칭으로 사용될 정도로 ‘도덕’은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이다. ‘도덕’에 대한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는 다음과 같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따위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나 규범의 총체. 외적 강제력을 갖는 법률과 달리 각자의 내면적 원리로서 작용하며, 또 종교와 달리 초월자와의 관계가 아닌 인간 상호 관계를 규정한다.’
이렇게 풀이되는 ‘도덕’이라는 단어 자체는 메이지유신 당시 일본에서 영어 단어 'Moral'을 한자어 '도덕(道德)'으로 번역하면서 만들어졌다. 즉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도덕'이란 단어는 노자나 공자, 맹자의 도(道)와 덕(德) 개념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그 뿌리를 서양의 단어인 'Moral'에 두고 있다. 'Moral'의 명사형 ‘Morality’를 영영사전에서는 ‘beliefs about what is right behavior and what is wrong behavior: 무엇이 옳은 행동이며 나쁜 행동인지에 대한 믿음들’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한자문화권의 전통사회에서 ‘道德(도덕)’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어떤 사람의 품성과 감화력, 문필 능력을 평가할 때 사용된 단어인 ‘도덕문장(道德文章)’이 있다. 비록 지금 사용되는 ‘도덕’이 서구의 용어를 번역하면서 만들어진 단어이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의 이 단어에 대한 풀이는 전통사회에서 사용되던 ‘도덕문장’의 도덕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전통사회에서 형성된 ‘道(도)’와 ‘德(덕)’의 의미를 살펴보고 《표준국어대사전》의 이 단어에 대한 풀이의 타당성을 검토해보려 한다.
道(도)자는 금문(金文)에 처음 보인다. 辶(쉬엄쉬엄 갈 착)과 首(머리 수)가 결합된 형태로 사람이 걸어다니는 ‘길’이나 ‘길’을 찾거나 만들어 사람을 인도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이동의 수단으로서의 ‘길’이라는 구체적 대상을 가리키던 道(도)자는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것들은 생겨났다가 없어지는 움직임의 과정 중에 있다’는 한자문화권의 세계에 대한 인식과 결합되면서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잡게 된다. 존재하는 모든 것[物]과 그것들의 활동[事, 爲]에는 생겨나거나 시작되는 출발점과 없어지거나 끝나는 종착점 있다. 출발점에서 시작해서 종착점에 도달하는 길을 걷는 과정은 존재[物]의 생성, 성장, 소멸과 활동[事, 爲]의 시작, 진행, 종결의 과정으로 확장된다. 이런 확장의 종착점은 ‘道(도)’를 이동 수단을 의미하는 구체적인 ‘길’에서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존재 양상을 의미하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그 위상을 끌어 올린다. 개념화된 道(도)는 크게 두 영역으로 나뉜다. 물리적 세계와 인간의 통제를 넘어서는 영역에 대해서는 자연의 길[天道]가 되고 사람들의 삶과 관련된 영역에서는 사람의 길[人道]가 된다. 자연의 길은 사계절의 순환, 천체의 운행, 식물의 성장 등 일정한 규칙이나 질서이고 인간의 인지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에서는 초월적 의지의 작용이다. 인간의 길은 부모-자식, 군주-신하, 스승-제자, 남편-아내, 친구 등 사회적 관계에서 부여된 역할에 따른 행위의 규범이다. 자연의 길은 관찰과 앎의 영역이며 순응과 이용의 영역이다. 반면 인간의 길은 학습과 앎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확장 및 정비, 변화가 가능한 영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