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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悅(열)은 ‘기쁘다’로 번역되고 樂(락)은 ‘즐겁다’로 번역되는 인간의 긍정적이며 좋은 감정을 의미하는 글자이다. ‘기쁘다’와 ‘즐겁다’는 ‘좋다’라는 보다 넓은 범위의 감정 표현 용어에 포함되고 일정한 공통부분을 가진 용어이다. 이 두 단어는 의미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공통부분을 가지기 때문에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悅(열)과 樂(락)의 의미를 살펴보고 ‘기쁘다’와 ‘즐겁다’의 의미 차이를 검토해 보자. 

  悅(열)은 갑골문에는 없는 글자로, 진시황 통치 시기에 만들어진 글자체인 소전(小篆)에 처음 보인다. ‘기쁘다’의 의미로 사용되었던 갑골문의 글자는 태(兌)이다. 이 글자는 웃는 얼굴 모양이 강조된 사람 모습의 형태로 되어 있다. 이후에 ‘웃는 얼굴을 한 사람의 마음 상태, 즉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의미의 중심이 옮겨지며 심(心)이 추가된 형태의 글자꼴을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悅(열)에 해당되는 우리말 ‘기쁘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욕구가 충족되어 마음이 흐뭇하고 흡족하다’로 풀이되고 있다. 이 풀이의 ‘마음이 흐뭇하고 흡족하다’ 부분은 悅(열)이 마음의 상태를 표현한 것임을 잘 반영한 것이다.   

  樂(락)은 갑골문에서부터 등장한다. 木[나무]와 絲[실]이 결합된 형태로 실을 튕겨 소리를 내는 악기를 표현한 것이다. 소전(小篆)에서는 여기에 白(백)이 더해지는데 白(백)자에는 ‘드러내다’, ‘알리다’의 의미가 있다. 원래 글자에 白(백)이 추가 된 것은 樂(락)이 처음에는 악기나 악기의 연주를 의미했지만 점차 악기 연주의 목적으로 의미 중심이 옮겨 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원래 악기의 연주는 춤을 동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악기 연주의 목적은 춤을 추는 사람들에게 몸짓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알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樂(락)의 의미 영역은 악기나 악기 연주뿐만 아니라 춤추는 사람들의 몸짓을 이끄는 것과 연주에 따라 춤추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모습이나 상태까지를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이후에 樂(락)은 ‘음악’, ‘즐겁다’, ‘좋아하다’로 의미가 확장된다. 이는 음악이 사람들을 움직여 춤추게 하고 춤추는 사람들을 흥겹게 만들기 때문에 이런 방향으로 의미가 확장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樂(락)에 해당되는 우리말 ‘즐겁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쁘다’로 풀이되고 있다. 이 풀이는 음악과 음악에 이끌린 사람들의 몸짓인 춤이 만들어 내는 감정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즐겁다’의 풀이에 ‘기쁘다’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 ‘기쁘다’와 ‘즐겁다’의 의미 차이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기쁘다’와 ‘즐겁다’는 긍정적이며 좋은 감정이라는 공통부분을 갖지만 분명히 다른 의미 영역을 갖고 있는 단어이다. ‘기쁘다’와 ‘즐겁다’의 의미 차이를 알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의 관점에서 두 단어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1) 어디에서 그 감정이 생겨나는지, 즉 감정 발생 장소, 2) 언제 그 감정이 생겨나는지, 즉 감정 발생 시점, 3) 얼마나 그 감정이 지속되는지, 즉 감정의 지속 시간이다. 감정이 생겨나 고양된 상태가 되는 것은 ‘기쁘다’와 ‘즐겁다’ 두 단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悅(열)과 관계되는 ‘기쁘다’는 감정의 주체는 감각 기관이나 마음이며 그곳이 이 감정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기쁘다’는 감정은 감각 기관이나 마음이 가진 욕구가 충족 될 때 만들어지고 충족감이 사라지면 잦아든다. 감각 기관이나 마음의 욕구는 충족되면 사라지거나 더 큰 욕구로 발전한다. 따라서 ‘기쁘다’는 감정은 지속 기간이 짧다. 반면에 樂(락)과 관계되는 ‘즐겁다’는 감정은 악기의 연주에 따라 움직이는 몸짓에서 발생한다. ‘즐겁다’는 감정의 주체는 몸이며 그곳에서 이 감정이 만들어지고 몸짓이 시작되었을 때 생겨나며 몸짓이 끝났을 때 잦아든다. ‘즐겁다’는 감정은 몸짓이 지속되는 동안은 계속될 수 있고 그 기간은 ‘기쁘다’는 감정 보다는 상대적으로 길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