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1분기 호실적’에도…웃지 못하는 이유

CFD 관련 미수채권 손실 불가피
오너 리스크, 금융당국 조사까지
SG증권발 사태 피해 손해배상 소송도 ‘악재’
2분기 실적 행보는 ‘안갯속’

기사승인 2023-05-15 12: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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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 ‘1분기 호실적’에도…웃지 못하는 이유
연합뉴스

키움증권의 2분기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 1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인한 차액결제거래(CFD) 손실이 불가피하단 이유 때문이다. 특히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리스크에 따른 금융당국의 조사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증권가는 키움증권의 2분기 손실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8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39%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를 53% 웃도는 수준의 호실적을 기록한 셈이다. 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이익을 실현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02.27% 늘어난 2924억원으로 드러났다. 이 역시 기존 시장 전망치인 1486억원을 상회한 수준이다. 매출액의 경우 3조767억원으로 57.45% 늘었다. 

호실적에는 우수한 운용손익이 뒷받침됐다. 시장금리 하락 등 운용 환경이 개선되면서 운용 부문 수익은 1438억원으로 전분기대비 무려 1415억원 증가했다. 증시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이를 중개하는 리테일 브로커리지(중개) 수익도 전분기 대비 13.9% 증가한 168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키움증권의 오는 2분기 실적 전망은 ‘안갯속’이다.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중점에 있는 차액결제거래(CFD) 손실이 불가피하단 이유 때문이다. 

CFD는 진입가격과 청산가격의 차액(매매 차익)만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다. 실제 주식 매수 없이 주가 변동으로 인한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미수채권이다. 국내 중개 증권사는 투자자들이 CFD 계좌에서 발행한 원금 초과 손실 정산을 못 할 경우 미수채권에 따른 손실을 떠안는다. CFD 거래잔액이 높은 만큼, 관련한 위험 노출액과 손실 규모가 클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CFD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13개 증권사의 거래잔액은 2조7697억원이다. 키움증권의 경우 교보증권(6131억원)에 이은 5576억원으로 2위다. 키움증권의 CFD 미수채권에 대한 리스크 해소가 이행되지 않을 시 추가 손실 가능성도 대두된다.

이외에도 키움증권에 대한 악재는 산재해 있다. 우선 오너 리스크다.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주가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달 20일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시간외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도했다. 이로 인해 김 전 회장은 불공정거래 연루 의혹에 휩싸여 다우키움그룹 회장직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했다. 

당국의 조사도 압박으로 작용한다. 금융감독원은 키움증권을 시작으로 증권사들의 CFD 운용 과정에 대한 문제가 없었는지 살피는 중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시세조종(주가조작) 세력이 악용한 CFD에 대해 “계좌 3400개를 전수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SG증권발 사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문제다.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8일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는 증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책임을 묻고자 하는 투자자들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정병원 원앤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는 “SG증권과 CFD 계약을 맺은 키움증권 등 증권사들이 기초적인 본인 확인을 하지 않은 채 라덕연 H투자컨설팅 대표 등이 개통한 휴대전화 확인만으로 고위험 파생상품인 CFD 계좌를 만들었다”며 “사실을 알지 못한 의뢰인들은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접수된 소송 대상 증권사는 키움증권 등 일부에 불과하지만 향후 소송 의뢰인들이 모이면 SG증권과 CFD 계약을 맺은 모든 증권사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는 키움증권의 2분기 실적 전망과 관련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경우 리테일 약정 점유율 30%, 신용융자 점유율 15.7%로 국내 1위 사업자인 만큼 여타 증권사 대비 CFD 관련 위험 노출액과 손실 규모가 클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도 “CFD 사태에 따른 우려로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이 미수채권이 발생하고 충당금 전입 영향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전체 CFD 잔고 익스포저가 적진 않으나 문제가 되는 8개 종목 비중이 낮고, 증거금 납부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현 시점 대비 분기 말 미수금 규모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CFD를 비롯한 SG증권발 사태로 키움증권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지만,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키움증권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놓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리스크를 해소할 것이라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키움증권에 닥친 CFD 손실을 비롯한 리스크들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고객자금 이탈이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키움증권이 고객과 신뢰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진행해 리테일의 강점을 살려 회복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