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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가조작세력, 몰래 비대면 신용거래 가능한데, 증권사도 금감원도 ‘뒷짐만’

‘본인만 가능하다’지만…계좌·문자·음성만으론 사각지대
CFD만 영상통화 의무화…“비대면 신용거래는 개선방안 추진 중”

입력 2023-07-24 14:48
신문게재 2023-07-25 9면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손실을 입은 일반 투자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비대면 신용거래가 이뤄지면서 피해가 커졌다. SG 사태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 일당이 투자를 일임한 이들의 계좌와 휴대전화를 이용해 임의로 비대면 신용융자를 일으킨 것이다. 이들은 증권사가 본인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고, 급기야 증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섰다.



증권사들이 비대면 신용거래 시 대면이나 영상통화 등으로 고객의 얼굴을 직접 확인하지 않는 이유는 고객의 편리성을 증대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대다수 증권사가 본인확인 절차로 활용하고 있는 계좌 로그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나 자동응답시스템(ARS) 등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24일 브릿지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증권사의 비대면 본인확인은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 차원에서 마련한 ‘비대면 실명확인 관련 구체적 적용방안’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이 방안은 6년 전인 지난 2017년 개정됐다.

본인확인 방법으로는 △실명확인증표 사본제출 △영상통화 △접근매체 전달과정에서 확인 △기존계좌 활용 △생체인증 등 기타 이에 준하는 방법 등 5개를 제안하고 있다. 증권사는 이중 2개 이상을 선택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얼굴을 대조할 수 있는 영상통화가 의무가 아닌 선택지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고객이 제공하는 정보를 신용정보회사 등 외부기관의 정보와 대조하는 방식도 추가 인증방법으로 제시돼있지만, 강제력 없는 권고사항일 뿐이다.

증권사들 내규에는 비대면 신용거래 시 ‘본인만 가능하고, 대리인은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SG 사태 투자자들처럼 계좌와 휴대전화를 모두 맡길 경우 로그인, SMS, ARS 등으로는 본인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각에서 고객의 편익이 아닌 증권사의 편리성만 올라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는 “소위 신용융자는 신용거래 계좌 설정을 내용으로 하는 금융거래로, 기존 증권계좌와 별개의 성격을 갖는 것”이라며 “증권사 본인확인 절차에서 로그인, SMS, ARS 등만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계좌에 로그인할 수 있으면 누구든지 별개의 금융거래인 신용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면 거래 시에는 일반 계좌 개설 과정과 같이 직원이 신분증 실물 및 본인 서명을 확인하면서 비대면 거래 시에는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를 악용한 금융사고에서 일정부분 증권사의 책임이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신용거래는 계좌 개설 이후 가능한 서비스기 때문에 계좌 로그인이 된 것만으로 절차상 문제없다는 게 증권사 입장이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하고 있다”며 “본인이 모르고 있고,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신용거래가 이뤄졌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소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들어 비대면 거래가 늘고 이에 따른 민원도 증가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2018년 338만2266건이던 증권사의 비대면 신규 계좌 개설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2020년 1655만7133건에 이어 2021년 3205만6877건까지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증권사 비대면 계좌 관련 민원은 2018년 278건에서 2021년 1530건으로 늘었다.

더욱이 금감원은 최근 SG 사태로 논란이 된 차액결제거래(CFD)와 관련해 개인 전문투자자 최초 지정 시 반드시 대면 또는 영상통화로 본인확인을 의무화하는 등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면서도 비대면 신용거래 전반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도 없었다. 범위가 넓은데다 인력과 시간 등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SG 사태의 경우 CFD 계좌의 특성이 있었다. 현재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부분도 CFD에 국한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비대면 신용거래 전반을 다 볼 순 없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 비대면 금융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금융결제원, 금융보안원 등과 함께 금융권의 생체인증 활성화 등 개선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고 했다. 금투협 관계자도 “현재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아직은 뚜렷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jun89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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