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엔데믹에 ‘거리짝퉁시장’ 다시 기승…내·외국인 발 디딜 틈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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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0.21. 오전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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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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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11시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에 열린 ‘새빛시장’에서 한 쇼핑객이 짝퉁 명품 신발을 고르고 있다.


국내 최대 ‘새빛시장’ 가보니

10분의 1 가격 모조품 빼곡히

“외국 관광객 늘어 장사 잘 돼”

올 적발한 짝퉁 37만4800점

이미 지난해 7만여 점의 5배


글·사진=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

20일 오후 9시 30분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2번 출구 인근에는 6㎡ 남짓한 노란 천막이 400m에 걸쳐 빠른 속도로 펼쳐졌다. 국내 최대 짝퉁시장으로 알려진 ‘새빛시장’이 문을 여는 순간이다. 오후 11시가 되자 시장 천막 안은 내국인,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의류 모조품을 판매하는 상인은 “정품은 30만 원인데 3만5000원에 팔고 있다”며 “실제 제품과 디자인도 똑같고 정품 라벨까지 붙어 있어 가짜인지 아무도 모른다”며 호객 행위를 했다.

최근 서울 동대문, 남대문시장 길거리 등에서 짝퉁 상품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분위기 속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경기 불황까지 겹쳐 짝퉁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새빛시장 가판대에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명품 가방, 지갑부터 캐주얼, 스포츠 의류, 신발 등 다양한 브랜드 모조품이 진열됐다. 특히 ‘PXG’ ‘파리게이츠’ 등 골프웨어 모조품 가판대도 눈에 띄게 늘었다. 짝퉁 골프웨어 판매 상인은 “‘골프 붐’이 일면서 골프용품이 비싸다 보니, 옷이라도 저렴하게 장만하려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명동 길거리에서도 짝퉁 판매 상점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갑 모조품을 판매하는 명동의 한 상인은 “주요 고객층인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어나면서 장사가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올해 정부에 적발된 위조 상품 숫자는 지난해보다 늘었다. 특허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적발 및 압수된 위조 물품은 37만4800점으로 지난해(7만8000여 점)보다 5배로 증가했다. 새빛시장, 남대문시장 등을 담당하는 중구청은 매주 짝퉁시장 단속을 하고는 있지만, 단속 담당 인력이 3명에 불과해 실질적인 단속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9월 중순부터 짝퉁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인력 한계로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짝퉁 상품을 팔다 적발돼도 주로 벌금형을 받는 등 처벌 수위가 낮은 점도 짝퉁시장이 활개 치는 한 이유다. 실제 지난 4월 2일쯤 서울 마포구 서강대역 인근 노상에서 나이키, 아디다스 등 의류 모조품 467점을 판매한 A(58) 씨는 상표법 위반 혐의로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짝퉁시장이 하나의 쇼핑 문화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처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정병원 원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구매자가 꾸준히 있는 상황에서 판매자 단속, 처벌만으론 짝퉁 근절이 쉽지 않다”며 “짝퉁을 소비하는 문화가 달라져야 하고,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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