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1위' 야놀자, '이메쿠라' 숙박업소 버젓이 광고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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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7.26. 오후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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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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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룸·병원룸·교실룸 등 자극적 이벤트룸 광고 '눈살'

여행·숙박 예약 플랫폼 야놀자가 선정적인 상품을 내놓은 숙박업소를 광고하며 소비자들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인천 소재 B숙박업소는 메이드복 등 다양한 코스프레 의상을 판매 중이며, 자극적인 성인용품도 대여해주고 있다. 이벤트 테마룸인 교실룸. /야놀자 앱 갈무리


여행·숙박 예약 플랫폼 야놀자가 '이메쿠라(Image Club)'를 연상케 하는 테마룸 숙박업소를 광고하며 도마 위에 올랐다.

이메쿠라는 일본 풍속업소의 한 종류다. 이메쿠라는 방마다 사무실, 학교 교실, 병원, 열차 차량 등과 같이 남성 구매자가 선호하는 상황이나 장소에 따라 테마가 나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메쿠라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남성 구매자들이 원하는 여성의 취향에 맞춰 특정 복장을 입는 코스튬 플레이를 한 상태에서 유사 성행위 서비스를 제공한다.

야놀자가 광고하는 테마룸 숙박업소도 이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며 각종 성인용품까지 대여하고 있는데, 유해성을 우려하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코스프레 의상 판매에 성인용품 대여까지…도 넘은 숙박업소

인천 소재 B숙박업소는 일반 디럭스룸 외에도 커플 PC룸, 빔프로젝터‧대형 스마트TV 시네마룸, 파티룸 등을 제공한다. 이곳은 다양한 이벤트룸도 선보이고 있는데, 이 중 특히 세 종류의 이벤트룸이 눈길을 끈다. 감옥룸(이벤트 테마A)과 병원룸(이벤트 테마B), 교실룸(이벤트 테마C)이 그 대상이다.

감옥룸 방 한켠에는 쇠사슬이 묶여 있는 쇠창살 문이 자리하고, 병원룸에는 병실용 침대와 커튼, 한 쪽 옷걸이에는 간호사복도 걸려 있다. 교실룸은 한쪽 면에 칠판이 붙어 있고, 그 앞에는 교탁과 책걸상, 여학생의 교복 등이 있다. 이벤트룸에 갖춰져 있는 간호사복과 교복 등의 의상은 디스플레이용이지만 카운터에서는 실제 메이드복, 교복, 간호사복, 기모노 등의 코스프레 의상을 1~2만 원대에서 구매 가능하다. 이밖에 기타 기상천외한 각종 성인용품은 대여 가능하다는 게 업주 측의 설명이다.

인천 소재 B숙박업소의 이벤트 테마룸인 감옥룸. /야놀자 앱 갈무리


숙박업소 측에서 투숙객들의 성욕을 자극하기 위한 테마방을 만들어 제공하는 행위 자체는 사실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의료법'을 위반하여 관계 행정기관의 장으로부터 그 사실을 통보받은 경우, 숙박자에게 성매매 알선 등 행위 또는 음란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알선 또는 제공한 경우(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색을 띠는 방의 모습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이 상당수다.

이상호 원앤파트너스 변호사는 "그나마 적용가능성이 있는 규정이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과 의료법 위반이지만, 테마방 제공행위 자체가 음란행위를 유도했다고 보기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면서 "테마방 제공행위 자체를 현행법상으로 곧바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고, 처벌을 위해서는 숙박업자의 추가적인 행위가 있어야 할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선량한 풍속에는 반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 '불법업소의 양성화' 비판…야놀자 "100% 검수 어려워"

이같은 숙박업체가 법적으로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더라도, 점유율 70%의 국내 숙박 플랫폼 1위인 야놀자가 이와 같은 업체들을 버젓이 광고하는 행위는 아쉬움을 자아낸다.

성매매 업소를 떠올리게 하는 숙박업소의 광고가 야놀자 회사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모텔 청소부 출신의 이수진 대표가 창업한 야놀자는 현재 호텔이나 항공권, 레저 등으로도 제공 범위를 넓혔으나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모텔 대실'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 소비자들은 "불법업소의 양성화인가", "야놀자는 저런 이벤트룸을 인테리어로 보는 건가"라는 등의 비판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은 플랫폼 야놀자에도 책임을 묻는 분위기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야놀자가 수익 창출을 위해 여과 없이 업체들을 광고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야놀자는 현재 제휴점들로부터 예약 건당 10%대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제휴 숙박업소들은 수수료에 더해 최대 몇백만 원 수준의 광고비를 별도로 지불한다.

광고 수익 상승세 속에 야놀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74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매출(2888억 원) 대비 29.8%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36억 원으로 전년(109억 원)보다 392% 상승했다. 2년 넘게 장기화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야놀자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논란이 되는 숙박업체들 광고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야놀자 측은 "해당 숙소는 모든 플랫폼에 올라와 있다. 당사만의 이슈가 아님을 말씀 드린다"고 답했다. 다만 <더팩트> 측에서 해당 업소 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적을 재차 언급하자 야놀자는 4일 오후 부로 B숙박업체의 광고를 앱 내에서 삭제한 상태다. 이와 관련 야놀자는 "더팩트 취재 때문에 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야놀자 역시 선정적인 테마룸 광고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놓았다.

야놀자 관계자는 "플랫폼 특성상 점주가 올리는 콘텐츠에 대해 100% 검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다만, 당사는 문제될 소지가 있는 콘텐츠는 최대한 빠르게 검수하고 필터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검색엔진 등에서 문제가 되는 콘텐츠가 올라오면 이에 대하여 검수 이후에 블라인드 처리가 되는 것처럼, 야놀자를 비롯한 대다수의 플랫폼들이 동일한 관점에서 프로세스가 진행이 된다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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