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원 원앤파트너스 대표 “소액주주에 불공정한 게임…의결권 관리기구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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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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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원 원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인터뷰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검사도 지내
소액주주운동 지원센터 설립…소액주주 권리 회복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소액주주들이 대주주의 부실경영에 맞서기에는 이미 운동장이 많이 기울어져 있습니다. 치열한 법적 다툼을 위한 변호사 선임과 의결권 확보를 위한 의결권 수급업체 고용을 소액주주들만의 힘으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검사 시절부터 코스닥 시장을 정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왔고, 이제는 변호사로서 개인투자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소액주주운동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소속 변호사. 앞줄 오른쪽 세번째 정병원 대표변호사.
지난 17일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원앤파트너스 사무실에서 만난 정병원 대표변호사는 소액주주운동 지원센터 설립 배경에 대한 이야기부터 풀어나갔다. 정 변호사는 유진투자선물 전신인 제일선물에서 해외금융선물거래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1999년에는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 검사로도 지냈던 인물이다. 2009년부터는 변호사로 개업한 뒤 작년부터 원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올해 2월부터는 소액주주운동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대주주의 부실경영에 맞서는 소액주주들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검사 시절부터 기업과 관련된 수사를 많이 했다”며 “퇴직해서도 주로 코스닥 기업과 관련된 무자본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많이 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 과정에서 절대 투자해서는 안 되는 회사에 소액주주들이 많이 투자하고 있었고 실제로 상장폐지를 겪는 과정도 지켜봤다”며 “기업과 관련된 소송 경험을 많이 축적한 만큼 부실한 코스닥 상장사의 관리·감독 체계를 제대로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정 변호사는 메이슨캐피탈 의뢰를 맡게 됐고 이후 소액주주들의 권리 대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근에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사조산업의 캐슬렉스CC 서울과 캐슬렉스CC 제주의 합병안 철회를 끌어내기도 했다.

정 변호사는 “국내 상장사 중에는 불투명한 지배구조 아래 부실경영으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며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을 교체하기 위해 뜻을 모으더라도 변호사 선임과 의결권 수급업체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대주주와 경쟁을 못 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대주주 사익을 위한 주주총회 안건임에도 회사 비용으로 의결권 수급업체를 써 이를 통과시키는 경우도 있다”며 “이는 업무상 배임의 소지가 있으므로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원앤파트너스는 이와 관련해 이퓨쳐 임시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놓은 상태다. 지난해 12월 30일 정관변경과 이사선임 안건이 처리된 임시주총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이퓨쳐는 지난 임시주총에 앞서 공시한 참고서류에서 주총 의결권 대리업무 수행자로 회사 임직원 2명을 지정하고, 실제로는 의결권 수거 전문업체를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에 고용된 수거업체 직원들은 회사 사업본부 소속으로 된 명함을 주주들에게 주면서 위임장 권유를 한 것이다.

정 변호사는 “회사에 고용된 수거인원들은 이사회가 제안한 안건은 모두 찬성으로, 주주제안 안건은 모두 반대로 표시한 견본 위임장을 제시하거나 우편으로 보내 주주들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기도 했다”며 “승소를 하게 된다면 이퓨쳐 사례가 첫 판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의결권 관리기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의결권 집계 또한 기업 측에서 하다 보니 이를 정상적으로 처리했는지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며 “선거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리하듯 주주총회의 의결권 또한 입법을 통해 주주총회를 위탁하는 관리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집중투표제도 강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방식과 달리 집중투표제는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제도가 도입되면 다수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의 임원에게 찬성 또는 반대표를 몰아줄 수 있기 때문에 소액주주의 경우 대주주가 내세운 후보 가운데 문제가 있는 사람이 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저지할 수 있게 된다.

정 변호사는 “다수의 이사를 뽑을 때 적은 수의 주식의 의사가 반영되는 제도인데 많은 기업이 집중투표제를 정관상 도입하지 않고 있다”며 “도입한 기업의 경우도 이사 선임이 한 명일 때나 도입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에게 만연해 있는 패배의식도 떨쳐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소액주주들의 패배의식을 씻어낼 필요가 있다”며 “이른바 동학개미운동과 같이 소액주주들은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권리 회복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원앤파트너스는 소액주주운동 전문경영인 풀도 모집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경영 참여 형태의 소액주주운동을 전개할 시 풀에 포함된 전문경영인 가운데 적임자를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로 추천할 것”이라며 “소액주주들이 기업의 성장 가능성만 보고 투자할 수 있게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정수 (ppj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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