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산업, 주지홍 경영승계 위해 일부러 주가 낮춰...철저히 감시할 것"

입력
수정2021.03.15. 오전 9:57
기사원문
윤희훈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송종국 대표
"사조산업 부동산 가치만 6조 추정…시가총액은 2000억밖에 안돼"
"주지홍, 경영 승계 위해 사조산업·사조시스템즈 합병 가능성"
소액주주 지분 계속 모아 감사 3~4명 선임 계획

국내 식품 대기업인 사조산업(007160)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어 골프장 '캐슬렉스CC 서울'과 '캐슬렉스CC 제주'의 합병안을 철회했다. 소액주주들 때문이었다. 이들은 두 골프장 합병이 '오너 일가 몰아주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5일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와 법률자문계약을 체결하고 사조산업 경영참여를 공식선언했다. 원앤파트너스는 메이슨캐피탈, 슈펙스비앤피, 이퓨쳐 등 소액주주연대가 결성된 상장사의 소액주주운동을 지원하는 로펌이다.

송종국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가 경기 고양의 한 카페에서 사조산업의 주가 그래프를 보여주며 회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이번 소액주주의 경영참여 선언은 국내 식품회사들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주요 회사들이 오너 2~3세로의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있어서다. 그동안 편법으로 자산 또는 주식 가치를 축소해 오너들이 적은 돈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은 관행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러한 편법 경영 승계를 감시할 워치독(견제장치)은 미흡했다. 대주주의 사익편취를 견제할 책임이 있는 사외이사나 감사들이 대주주의 지인이나 우호적인 인물들로 구성돼 왔기 때문이다.

송종국(48)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사조그룹이 순환출자 해소와 경영 승계 목적으로 사조산업과 사조시스템즈의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상적인 방법으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합병을 추진하는지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사조그룹 지배구조./그래픽=이민경

송 대표는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사조산업이 골프장 캐슬렉스 서울과 캐슬렉스 합병 계획을 철회했지만, 앞으로도 오너 일가를 챙겨주기 위해 편법적인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두 골프장의 합병 계획에 대해 송 대표는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아들인 주지홍 사조산업 부사장이 49.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캐슬렉스 제주는 장기간 경영악화로 완전 자본잠식된 상태"라며 "캐슬렉스 서울도 자본잠식 상태이긴 하지만 부동산 자산 평가가 절하돼 있다. 자산 가치를 제대로 평가했다면 1(서울):4.5(제주)라는 합병 비율은 나올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주택 공급난 해소가 국정 주요 과제가 되면서 골프장의 택지 개발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지난해 7월 제기한 '수도권 골프장 신도시 건설' 제안을 언급했다. 송 대표는 "국토의 효율적 이용 측면에서 캐슬렉스 서울 부지는 택지로 개발되는 게 합리적"이라며 "캐슬렉스 서울의 부지가 56만평인데, 신도시 대형 아파트 단지를 지을 정도는 충분히 된다"고 했다.

이어 "2011년 하남시가 캐슬렉스 서울의 56만평 부지 중 2400평을 160억원에 수용한 것을 반영하면, 캐슬렉스 서울의 전체 부지가 수용되면 가치가 3조8000억에서 4조원은 될 것"이라며 "이외에도 사조산업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를 모두 합하면 6조원에 이르는데 사조산업의 시가총액은 2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송 대표는 사조산업의 시총이 낮은 것에 대해선 "경영 승계를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게 관리하는 것"이라고 의심했다. 그는 "주진우 회장이 73세로 고령이라, 사조산업 오너 일가는 지분 증여 등을 통한 경영 승계가 급한 상황"이라면서 "주가가 올라갈 경우 주 부사장이 내야하는 증여·상속세가 많아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승계가 마무리될 때까지 주가가 낮은 게 사조그룹 오너 일가에 유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골프장 합병 계획도 주 부사장의 경영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추진했던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국민연금의 사조산업 주식 매입·매도 시기도 비정상적인 정황이 보인다며 검찰 등에서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장기투자를 기본 방향으로 하기에 저점에서 지속적인 분할 매수를, 주가가 올라가면 고점에서 분할 매도를 하는데 사조산업에선 반대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사조산업에서만 160억~200억 가량 약 40~50%의 손실을 본것으로 추정된다"며 "반대로 물량을 교체한 세력이 있다면 그만큼의 수익을 봤을 텐데, 어떤 커넥션이 있는 건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LH의 임직원들이 부동산 투기를 한 것처럼, 국민연금 직원도 주가조작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송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상법 개정으로 소액주주의 경영 참여가 가능해졌다"면서 "앞으로도 회사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경영을 투명하게 하는지 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론 소액주주 지분을 계속 모아 임시 주총을 통해 경영활동을 감시할 수 있는 감사를 3~4명 선임할 계획이다.

한편 송 대표는 자신을 2000년부터 2005년까지 L자산운영사에서 주식운용역으로 일했고, 이후 D증권사와 D해운사 금융팀에서 근무했다고 소개했다. 2016년부터는 전업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yhh22@chosunbiz.com]




▶네이버에서 '명품 경제뉴스' 조선비즈를 구독하세요
▶"눈 깜짝할 새 50만원이"…구글 결제 피싱 주의보
▶옵티머스 NH증권만 100% 보상 추진 논란


저작권자 ⓒ 조선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조선비즈 윤희훈 기자입니다.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주세요. 취재해서 알려드릴게요.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섹션분류를 하지 않았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